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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고비사막 어머니" -김사인 시-
1.
잘 가셨을라나/
길 떠나신 지 벌써 다섯해/
고개 하나 넘으며 뼈 한자루 내어… 더보기 |
"고비사막 어머니" -김사인 시-
1.
잘 가셨을라나/
길 떠나신 지 벌써 다섯해/
고개 하나 넘으며 뼈 한자루 내어주고/
물 하나 건너면서 살 한줌 덜어주며/
이제 그곳에 닿으셨을라나.//
흙으로 물로 바람으로/
살과 뼈 터럭들 제 갈 길로 보내고/
당신만 남아 잠시 호젓하다가/
아니, 아무것도 아닌 이게 뭐지, 화들짝 놀라시다가/
그 순간 남은 공부 다 이루어/
높이 오른 연기처럼 문득 흩어지셨을까.//
2.
어디 가 계신가요 어머니./
이렇게 오래 전화도 안 받으시고/
오늘 저녁엔 돌아오세요./
콩국수를 만들어주세요./
수박도 좀 잘라주시고/
제 몫으로 아껴둔 머루술도 한잔 걸러주세요./
술 잘하는 아들 대견해 하며, 당신도 곁에 앉아 찻숟갈로 맛보세요/
아니 나는 이렇게만 해도 취한다 하시며./
어머니, 머리도 좀 만져봐 주세요 손도 좀 잡아주세요/
그래, 너희는 살기 안 힘드니, 물어봐도 주세요./
너 피곤한데 내가 자꾸 붙잡고 얘기가 길다, 멋쩍게 웃으시며, 그래도 담배 하나 더 태우고 /
건너가세요 어머니.//
3.
혹시 머나먼 고비사막으로 가셨나요 어머니는./
낙타들과 놀고 계시나요. /
꾀죄죄한 양들을 돌보시나요.빨갛게 그을은 그곳 아낙들의 착한 수다 들어주고 계시나요.//
그럼 저는 어디로 흘러가야 할까요./
꼭 당신을 다시 만나자는 건 아니지만/
달아나는 돌들과 자꾸만 뒤로 숨는 풀들과/
봉분 위로 부는 바람 하나/
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.//
어머니 가시고도 밥솥의 밥은 따뜻하고/
못난 아들 형과 나는 있고/
아이들은 눈싸움을 조르고/
어머니 가시고도 꽃 피고 잎 지고/
꺼끄러운 수염은 자라고/
술도 있고요./
그곳은 그곳대로/
모쪼록 그러하시길.//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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