작품해설 |
세월호 희생자 추모 칸타타로서
초연 때의 작곡자의 말은 다음과 같다.
그 날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.
2014년 4월 16일 이후 한 동안 혼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. 어른으로서 부끄럽다는 생각, 사건 이후 들어나는 일 혹은 들어나지 않는 일들에 대한 분노,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,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 다시 선명해지는 아픔, 치유가 필요하지만 그 방법을 알 수 없음에서 느끼는 무력감, 세월호를 둘러싸고 다시 분열되는 사회를 보면서 느끼는 환멸, 다시 새로워지는 분노...
그래도 무엇인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. 일 년 뒤의 4월 16일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보낼 수 없었습니다. 다행히 합창단 <음악이 있는 마을>이 일찍부터 마음을 같이 해 주었습니다.
제일 익숙한 방식을 택했습니다. <음악이 있는 마을>은 2007년과 2011년 저와 <예수 그리스도의 수난>을 가지고 같이 일한 바 있었습니다. 그 때처럼 합창과 독창, 피아노와 오르간을 소리 내서 우리의 슬픔과 분노와 기도, 그리고 말씀의 묵상을 그리기로 했습니다.
성서는 저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책이기도 했지만 또한 많은 답을 주었습니다. 이 곡을 쓰면서 분노의 이유도 치유의 시작도 위로의 근거도 정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.
이미 다른 기회에 썼던 몇몇 곡들이 이번에 좋은 디딤돌이 되었습니다. <복수의 하느님>(1985), <주여 저들이>(1985), <달리다 쿰>(1991), <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>(2007), <하느님의 어린양>(2012) 이렇게 다섯 곡입니다. 그 위에 이번 일에 대한 새로운 노래들을 얹었습니다. <슬퍼하는 사람아>, <정의가 강물처럼>, <나다 안심하여라>, <나를 위해 울지 말고>, <평안히 쉬게 하소서>가 그렇습니다. 구성과 최소한의 설명을 위하여 사건 관련기록, 기도, 성서 구절을 넣었습니다. 결과적으로 언어와 음악이 서로를 받혀주는 구조가 되었습니다.
이 음악이 세월호 참사로 고통 받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. 또 듣는 이들에게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묵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.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음악이 2014년 4월 16일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우리들의 다짐이 되기를 바랍니다. -초연 서문-
이 곡은 엄격하게 예전적인 작품은 아니다. 그러나 성서 구절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기도문 혹은 기도에 가까운 서술들이 들어있고 또 “하느님의 어린양” “레퀴엠” 등의 예전적 가사도 포함하고 있다. 이러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하여 일반적인 연주 공간보다는 교회 같은 종교적 공간에서 연주하는 것이 더 좋다.
-작곡가 이건용- |